제4편: 전통 장 가르기 단계별 가이드: 메주 건지기부터 치대기까지

 


메주를 소금물에 담근 지 40일에서 60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투명했던 소금물은 메주의 맛과 영양이 우러나와 진한 갈색빛의 간장 물로 변하고, 단단했던 메주는 손으로 누르면 부드럽게 부서질 정도로 말랑해집니다. 이때가 바로 전통 장 담그기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인 ‘장 가르기’를 해야 할 때입니다. 장 가르기란 소금물 속에서 메주를 건져내어 고체 성분은 '된장'으로, 남은 액체 성분은 달여서 '간장'으로 분리하는 전통적인 작업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처음 장 가르기를 시도할 때 초보 블로거분들이 가장 많이 당황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메주를 건졌는데 생각보다 너무 푸석해요", "된장 맛을 봤는데 짜기만 하고 구수한 맛이 없어요" 하는 경우입니다. 저 역시 첫 장 가르기를 할 때 건져낸 메주가 너무 뻑뻑해 보여서 당황한 나머지 맹물을 부었다가 장을 싱겁게 만들어 곰팡이가 피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실패 없이 촉촉하고 구수한 된장을 완성하는 메주 치대기와 간장 분리의 핵심 노하우를 단계별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단계 1: 메주 건지기와 액체 거르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독이나 유리병 안의 메주를 상하지 않게 잘 건져내는 것입니다.

  1. 메주 건지기 소금물 위에 띄워두었던 고추, 숯, 대추 등 고명은 먼저 건져서 폐기합니다. 그 후 깨끗 소독한 커다란 조리도구나 손을 이용해 메주 덩어리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건져내어 큰 대야(믹싱볼)에 담습니다. 이때 메주가 부서져서 국물에 많이 가라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2. 간장 국물 거르기 메주를 다 건져내고 남은 액체는 면보나 고운 체에 한 번 걸러서 다른 용기에 담아둡니다. 이 맑은 액체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간장(조선간장)'의 원액입니다. 거른 간장 물은 그대로 두면 '생간장'이 되고, 한 번 끓여서 보관하면 오래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달인 간장'이 됩니다. 아파트 환경에서는 한 번 푹 끓여서 염도를 안정시키고 수분을 살짝 날려준 뒤 보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계 2: 구수한 맛을 더하는 된장 치대기와 수분 맞추기

건져낸 메주 덩어리는 이제 우리가 먹는 '된장'의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된장의 최종 질감과 맛이 결정됩니다.

  1. 덩어리 없이 으깨기 대야에 모은 메주를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덩어리가 남지 않도록 곱게 으깹니다. 메주 속까지 간장 물이 잘 배어있어 생각보다 부드럽게 으깨집니다. 이때 덩어리가 크게 남으면 나중에 된장이 숙성될 때 그 부분만 맛이 겉돌 수 있으므로 꼼꼼하게 치대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된장의 황금 수분 비율 찾기 (뻑뻑함 해결법) 메주만 으깨놓으면 수분이 부족해 찰흙처럼 뻑뻑하고 건조한 상태가 됩니다. 이때 절대 맹물을 넣으면 안 됩니다.

  • 비법 노하우: 메주를 건져내고 따로 모아둔 '간장 국물'을 2~3국자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어야 합니다. 된장의 농도는 손으로 쥐었을 때 부드럽게 찰진 느낌이 들고, 표면이 촉촉하게 윤기가 도는 상태(질척이지 않는 정도)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 풍미 더하기: 이 단계에서 삶은 콩을 믹서기에 거칠게 갈아서 함께 섞어주거나, 메주가루를 한 두 줌 넣어주면 짠맛이 줄어들고 구수함이 배가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계 3: 항아리 안치기와 윗소금 치기

잘 치댄 된장은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먹으로 꾹꾹 눌러가며 보관 용기(항아리나 밀폐용기)에 차곡차곡 담아줍니다. 틈새에 공기가 남으면 유해 곰팡이가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용기의 80% 정도까지 된장을 채웠다면, 마지막으로 된장 표면이 공기와 직접 닿아 마르거나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윗소금'을 쳐주어야 합니다. 흰 비닐이나 면보를 된장 위에 밀착시켜 덮은 후, 그 위에 천일염을 두껍게(약 1cm 두께) 깔아줍니다. 이 소금 벽이 외부의 잡균과 초파리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줍니다.

초보자를 위한 안전 및 숙성 주의사항

본 가이드는 전통적인 가정식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정보성 가이드입니다. 장을 가른 직후의 된장은 아직 발효가 덜 되어 깊은 맛이 없고 짠맛만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최소 6개월, 가급적 1년 이상 서늘한 곳에서 숙성 기간을 거쳐야 미생물이 단백질을 분해하여 비로소 깊고 구수한 감칠맛을 내게 됩니다.

만약 숙성 과정 중 소금 벽 틈새로 검은색이나 청록색 곰팡이가 피었다면, 그 부분만 숟가락으로 깊게 파내어 버리고 소금을 다시 두껍게 덮어주면 안전하게 계속 숙성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장 가르기는 소금물에서 메주를 건져내어 고체는 된장으로, 액체는 간장으로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 건져낸 메주는 덩어리 없이 곱게 부수고, 뻑뻑한 농도는 건져둔 간장 국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촉촉하게 맞춥니다.

  • 용기에 담을 때는 공기가 차지 않게 꾹꾹 누르고, 맨 위에는 천일염을 두껍게 올려 잡균을 차단한 후 6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다음 편 예고

된장과 간장을 무사히 가르셨나요? 다음 편에서는 톡 쏘는 청량감과 풍부한 유기산으로 최근 웰빙 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콤부차 스코비(SCOBY) 키우기 및 2차 탄산 발효로 에이드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발효 이야기

올해 장 가르기를 준비 중이시거나 이미 마치셨나요? 된장을 치대면서 농도 맞추기가 어려웠던 점이나, 장 가르기 날짜를 잡으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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